비평가 주간
신의 간섭
▶ 5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
팔레스타인 감독 엘리아 슐레이만이 연출과 주연을 겸한 [신의 간섭]은 세계에서 가장 시끄러운 분쟁지역을 희극 무대의 장소로 바꿔 놓는다. 무표정한 얼굴로 퉁명스럽게 행동하는 슐레이만의 연기는 무성 코미디 영화의 거장 버스터 키튼이 환생한 듯한 착각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이제 겨우...
비평가 주간
잠자리
주유소에서 어딘지 익숙해 보이는 사람의 뒷모습이 보일 때는 모른 척하고 지나가라. 그렇지 않으면 당신의 삶에 지옥이 끼어들 테니.
30대 후반의 에디와 25살의 마리아가 스칸디나비아의 호숫가에서 새 삶을 시작한다. 마리아의 생일선물을 사기 위해 시내에 나간 에디는 주유소에서 옛 친구 쿨만과 마주친다. 쿨만은 두...
비평가 주간
허클언어 내지 대사의 구속으로부터 한없이 자유로워지고자 욕망하는 현대판 무성영화랄까? 촉망받는 헝가리 출신 신예가 빚어 낸 이 지독한 실험작은 이미지와 사운드의 몽타주를 원리 삼아 영화가 여전히 편집의 예술이며 클로즈 업의 매체임을 웅변한다. 그로써 예술의 본령 중 하나인 ‘낯설게 하기’ 의 진수를 새삼 확인시켜 준다. 그 ...
비평가 주간
하폰[하폰]의 감독 카를로스 레이가다스는 영화가 이야기하는 매체이기보다는 보는 매체라는 것을 믿는 예술가다. [하폰]에 담긴 멕시코 자연의 장엄하고 을씨년스러우며 시정 넘치는 경관은 쉽게 잊기 힘들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 영화를 볼 때처럼 천천히 수평으로 느리게 움직이는 카메라는 사건을 좇는다기보다 사건을 핑계로 영화 속 대...
비평가 주간
인생상흔이 뚜렷한 얼굴에 우수를 드리운 채 인적이 드문 마을 어귀 그네에 앉아 소일하는 소녀, 황량한 산마루를 지나가는 긴 장례 행렬, 세상사는 아랑곳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은 채 플루트를 구슬피 불어대는 노인, 그리고 참혹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수많은 남자와 여자와 아이들. 야노 로제비아니 감독은 영화 내내 반복되는 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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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망
▶ 55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황금표범상
단편 [홀라헨에서의 여름](1999)과 [당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게요](2000)에 이은, 감독의 ‘욕망의 3부작’ 중 마지막 작품. 장편 데뷔작이기도 하다. 독일의 어느 한적한 마을의 독재자 같은 목사 요하네스와 시녀 같은 그의 아내 레나, 어느 날 레나 앞에 나타난 미...
비평가 주간
운수 좋은 날엘사가 원하는 것은 약간의 돈을 갖고 자기가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꿈꾸는 행복이다. 아르헨티나에는 사랑하는 가족과 마음 맞는 친구들이 있지만 엘사는 단 하룻밤 자신에게 달콤한 말을 속삭여 주었던 남자를 만나러 이탈리아로의 탈출을 감행한다. 반면 엘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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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번 켈러의 여행
▶ 56회 에딘버러국제영화제 개막작
[모번 켈러의 여행]은 [쥐잡이]를 통해 힘과 독창성을 과시했던 린 램지 감독의 두번째 장편영화로서 감각적인 비주얼과 해석의 여지가 많은 이야기를 지니고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전구가 깜박거리는 가운데, 남자의 벗은 몸을 천천히 쓰다듬는 모번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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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55회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영화 [아들]을 이해한다는 것은 수수께끼 풀기 작업과 같다. 주인공 올리비에의 부단한 노동만 보여 주는 영화의 전반부는 그가 청소년들에게 직업교육을 행하는 목수임을 보여 준다. 자신의 세계에 갇혀 고행을 치르는 듯한 휴식 없는 행동의 이유, 가족 없이 혼자 사는 이유, 그의 유일한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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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기다리며오랫동안 자주 독립을 위하여 서 사하라 분쟁에 휘말려야 했던 나라, 아프리카의 모리타니아. 이 나라에 영화가 있는지도 몰랐던 사람들에게 압데라만 시사코는 혜성처럼 나타나 [지상의 삶](1999)에 이어 [행복을 기다리며]를 선사했다. 사막의 끝, 바닷가에 위치한 헤레마코노는 전기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마을이지만, 사...